이주열 "우크라 사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성장에도 상당한 부담"

입력 2022-03-23 16:00  

이달 말 8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3% 성장 달성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송별간담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동의했다.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1%로 각각 제시했다.

이 총재는 "당시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긴장과 관련해 무력충돌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성장과 물가 전망치를 제시했다"며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 상황이 악화됐고, 이미 유가나 곡물·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출기업의 애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쟁이 발발하고 4주간 시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 물가엔 꽤 상승 압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짐작된다"며 "성장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물가 압력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불균형 위험은 여전히 줄여나갈 필요가 있고,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조절할 지는 소위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금융경제상황을 잘 고려해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1977년 한은에 입행한 이 총재는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 등을 거친 뒤 2014년 총재 임기를 시작했다. 이 총재가 진행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만 총 76회였다. 그는 "이중 고심 없이 쉽게 이루어진 결정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취임 당시 기준금리는 2.5%였지만,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브렉시트 등을 거치면서 기준금리는 1.25%까지 내려왔다. 이후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2017년 11월 금리는 1.50%로 올라갔고, 2018년 11월 1.75%까지 추가 인상이 단행됐다. 2019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과 일본 수출 규제 등이 이어지자, 같은 해 두 차례 인하가 단행되면서 다시 1.25%로 내려왔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 총재는 과감한 통화정책을 펼쳤다. 같은 해 3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한 번에 낮췄고, 5월 추가로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0.50%로 내려갔다.

이 총재는 임기 중 2020년부터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 총재는 "2년 전 상상도 못했던 감염병 위기에 놓였고, 내부는 물론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과 긴박하게 협의하고 토론하고 했던 일이 생각난다"며 "고심의 산물로 전례없는 정책수단을 동원했고, 다행히 (정책 대응이) 효과를 나타내서 금융시장 불안이 빨리 진정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이맘때쯤 한미통화스와프를 체결했는데, 금융시장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걸 체결했을때 안도감은 기억에서 지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재임 기간 동안 금리인하를 인상보다 많이 단행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비둘기파'로 보는냐"는 질문에 대해선 "태생적으로 매파, 비둘기파 나누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하 회수가 더 많았고, 기준금리 수준이 (제가) 취임했을 때보다 아래 있다는 것은 재임하는 동안 경기 상황이 어려웠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후임 총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총재 후보자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 총재는 "후임 총재 지명자는 학식 정책 운 영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분"이라며 "저보다 더 뛰어나서 조언을 따로 드릴 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취임 과정에 비춰보면 오는 4월14일 금통위에 후임 총재도 참석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제가 2번 걸쳐서 청문회를 가졌는데, 그에 비춰보면 다음 통화정책 회의까지도 취임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만약 부득이하게 공백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더라도 통화정책은 차질없이 수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한은에 남기고 싶은 한마디를 묻자 "중앙은행의 존립기반은 국민들의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존립기반은 국민들의 신뢰라는 점을 늘 마음에 두고 총재직을 수행해왔다"며 "우리 직원들도 이러한 점을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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